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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요새
직업이 직업이라 그런지 빼놓을 수 없었던 바사 박물관(Vasamuseet). 스톡홀름 관광명소 중 1위를 차지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번에 마침 똑같이 북유럽 다녀오신 선배도 계셔서 어디가 기억에 남는지 여쭤보니 역시 바사 박물관이었다. 말 그대로 breathtaking 그 자체였다며. 1628년도에 국왕 구스타프 아돌프 2세가 엄청나게 커다란 범선을 만들었는데 진수하자마자 가라앉았다. 이 배를 1961년에 그대로 인양해 와서 지금의 바사 박물관을 만들었다. 17세기 범선 중 유일하게 현존하는 것이며, 거의 원 상태 그대로에 약간의 방부 처리를 했을 뿐이라고 한다. 배의 제일 꼭대기까지 올라가려면 무려 7-8층 높이까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간다. 층마다 전시도 잘 해놓았고 와이파이도 됨. 바로 근처에 같이 ..
로프 노르 호수에 처음 간 서양인은 프르제발스키도, 헤딘도 아니었다. 훨씬 앞에 요한 구스타프 레나트(Johan Gustaf Renat, 1682-1744)라는 스웨덴 사람이 있었다. 한국과 스웨덴 간의 실크로드 관련 교류사에 대해서 읽다가 이 사람 이야기가 나왔는데, 예전에 어디선가 본 이름 같았다. 이 이야기가 나올 만한 책이 피터 퍼듀의 《중국의 서진》밖에 없는 것 같아서 색인을 펼쳐보니 역시 그랬다. 요한 구스타프 레나트는 그 유명한 스웨덴과 러시아의 대북방전쟁 때 카를 12세의 군대에서 복무했다. 이후 1709년 폴타바 전투 때 러시아에 포로로 잡혀 토볼스크로 압송된 후 시베리아 지도를 작성하는 임무를 맡았다. 1716년에는 스웨덴 출신의 다른 포로들과 함께 금을 찾아나서는 탐사단에 참가했다가 ..
영국도서관은 대헌장, 구텐베르크 성경,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등등 엄청난 문서들의 원본을 소장하고 있는 명실상부 세계 최대의 도서관이다. 소장품 중에 금강경(Diamond Sutra)은 특히 빼놓을 수 없다!! 이게 바로 오렐 스타인이 둔황 막고굴 장경동에서 빼돌려간 보물 중의 보물인데, 연도가 알려져 있고(AD 868) 인쇄 형태로 된 온전한 문서 중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다. 메이저 중의 메이저라 박물관 내 Sir John Ritblat Gallery에 가면 디지털 버전으로 볼 수 있지만 온라인의 Turning the Pages 서비스로도 볼 수 있다. 구경해 봤는데... 놀랍다!! 와우 이것이 바로 제국의 위엄인가!!! 이것이 바로 오렐 스타인이 꼬불쳐온 금강경. 아버지한테 보여드리니 줄줄 외우..
이번 런던 방문은 오로지 오렐 스타인 컬렉션을 보기 위한 것이다. 나머지는 덤이다. 제일 중요한 목적지가 영국도서관, 대영박물관,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으로 매우 쟁쟁하다. 특히 스타인은 문화재를 정말 어마어마하게 반출해온 첫 고고학자다 보니 사전에 조사를 최대한 많이 하고 미리 자료신청을 해야겠다. 아래는 국제 둔황 프로젝트 홈페이지의 영국 컬렉션 페이지를 참조해서 정리했다. *** 1. 영국도서관 (THE BRITISH LIBRARY) * 관련 열람실은 월-토 9:30-17:00 개방, 일요일은 폐쇄 (클릭) * 리더 패스 신청 - 사전에 카탈로그(클릭1, 클릭2)를 열람하고 필요자료 목록을 작성해 가서 패스 발급 시 사서와 상담해야 한다. 온라인 사전 등록(pre-registration)도 가능하며..
스벤 헤딘이 구한말 경성을 방문한 적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이 사실은 스웨덴 스톡홀름 대학의 한국학자인 스테판 로젠이 정리하여 권영필 교수의 정년퇴임 기념논총에 〈스벤 헤딘, 한국, 그리고 포착하기 어려운 중앙아시아〉라는 제목으로 기고했다. 이 짧은 글은 《중앙아시아의 역사의 문화》라는 단행본에서 읽을 수 있다. 오늘 정독도서관에서 빌려왔고, 이 글 대부분은 그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스테판 로젠 교수는 당시, 권영필 교수의 제자인 민병훈 국립청주박물관장과 함께 스웨덴 민족학 박물관에서 공동 자료 수집을 했다고 한다. 이번에 나는 못 만나뵌 Mr. Håkan을 이 분들은 이미 꽤 오래 전에 만난 것이야!!! 스벤 헤딘의 서재도 다 본 거야!!! 부럽다!!!! ▲ 하칸 발퀴스트 교수, 스테판 로젠 교..
"If this town is just an apple, then let me take a bite." 마이클 잭슨 불후의 명곡 Human Nature. 1982년에 발매된 Thriller 앨범 수록곡이다. 나는 원래 MJ를 굉장히 좋아하고 그 중에서도 최고의 곡으로 이 Human Nature를 꼽는데, 이번 스톡홀름 여행에서는 나름 조그만 사연도 더해졌다. 스톡홀름의 어느 동네 카페에서 밥을 먹다가 우연히 옆 테이블 분이랑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배경음악이 나오는데 딱 들어보니 Human Nature를 가지고 만든 노래였음. 마이클 잭슨 곡은 아니고 누군가의 샘플링이었는데 알고 보니 크리스 브라운의 She Ain't You. 끝나니까 기다렸다는 듯이 또 MJ 곡이 나왔음! 무려 Butterflies!..
오렐 스타인은 1862년 헝가리에서 태어난 고고학자로,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산스크리트어와 페르시아어를 전공했다. 1887년부터 영국령 인도의 라호르에서 근무하다가 영국 국적자가 되었다. 1900년부터 약 30년 동안 중국령 중앙아시아로 네 번의 탐사를 했고, 주로 천산남로와 둔황 및 투르판에서 연구와 발굴 작업을 하였다. 어린 시절부터 알렉산더 대왕의 동방 원정과 현장법사, 그리고 마르코 폴로의 탐험 이야기에 매료되어 이란, 인도, 투르크, 중국 문명이 교차하는 중앙아시아 지역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1900-1901년에 걸친 첫 번째 탐사에서는 호탄, 니야, 미란, 누란 등의 실크로드 오아시스를 방문했다. 스타인은 바로 이때 미란 유적에서 날개달린 천사 벽화를 발견하고(이전글 클릭) 유럽과 아..
스웨덴 국립 역사박물관(Historiska Museet). 이번 여행에서 제일 충격적이고 인상적이었던 곳이다. 입장료도 무료니 꼭 한번 방문해볼 것을 추천한다. 전시실의 캡션들을 천천히 읽어보면 스웨덴이 왜 전세계에서 가장 진보적인 나라 중 하나로 꼽히는지 알 수 있다. "당신은 누구와 함께 사나요?" 그냥 '가족 제도'라고 하면 간단한 것을, 보는 사람에게 질문을 던진다. 간단하면서도 정확히 핵심을 찌르는 질문이다.가족은 무엇일까? 가족은 어떻게 구성되는가? "가족이란 무엇입니까? 누가 정상 비정상을, 그리고 좀 다르다는 게 뭔지 결정하나요?남성적인 것이란 무엇일까요? 여성적인 것은?사람은 언제 성인이 되나요?" "당신이 하는 일을 결정하는 것은 누구입니까? 신? 시장의 압력? 가족, 아니면 당신 자신..
중간에 세 점이 이번에 스톡홀름에서 사온 것. 파란 것부터 반시계 방향으로: 1. Anna Boberg (1864-1935), Norrsken / Northern Lights @ Nationalmuseum, Stockholm2. Carl Gustav Carus (1789-1869), Fantasi från Alperna / Fantasy of the Alps @ Nationalmuseum, Stockholm3. Einar Jolin (1890-1976), Utsikt över Riddarholmen / View over Riddarholm @ Moderna Museet, Stockholm 첫 번째 것은 방문했을 때 전시돼있지 않아서 직접 보지는 못했는데 만약 직접 봤으면 정말 멋졌을 것 같다. 두 번째는..
한달 전 스톡홀름, 상트페테르부르크 갈 때 책을 몇 권 갖고 갔다. 나머지는 다 읽고 왔는데, 하필 제일 중요한 스벤 헤딘 자서전만 손을 못 댔다. 출발 며칠 전에 일부러 퇴근길에 집 근처 구립도서관까지 가서 빌려 갔는데 손도 못 댄 것이다. 한 달이 훨씬 넘었는데 반납도 안하고 있다가 오늘에야 다 읽었다. "사람들은 이렇게 죽을 고비를 넘기며 왜 계속 탐험을 하는지 이상하게 여길 것이다. 미지의 땅을 정복하고 불가능에 도전하는 것만큼 내게 매력적인 것은 없다." (스벤 헤딘) 읽은 소감!! 헤딘은 정말 지칠 줄 모르는 탐험가였다. 러시아령 중앙아시아, 동투르키스탄, 인도 북부, 파미르 고원, 티베트 등등 내가 관심 있는 지역들만 쏙쏙 골라서 다녔다. 특히 이곳에 근대 측량기술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