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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요새
는 바로 칼림퐁에서 만난 셰르파 아주머니다. 이 분은 러시아 친구 알렉산더의 소개로 알게 되었다. 알렉산더가 가보라고 추천해준 곳에서 근무하고 계신 분이다. 나는 인도로 출발하기 전에 미리 메일을 보내뒀었는데, 마침 칼림퐁에 도착한 순간에 딱 답장을 주셔서 운좋게 그날 만나뵈었다. 찾아가는 길이 조금 어려웠는데 전화번호도 따로 알려주셨다. 전화로도 야무지게 안내해주신 덕분에 쉽게 찾아갈 수 있었다. 찾아갔더니 장소를 잘 소개해 주시고 하루종일 머물 수 있도록 해주셨다. 그곳의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평화로운 분위기와 아주머니의 유쾌함이 좋았던 나머지 칼림퐁 일정을 하루 추가해서 또 찾아갔다. 원래 칼림퐁은 당일 하루만 보려고 생각했던 곳이다. 절묘한 타이밍에 온 답장이 아니었다면 아마 칼림퐁이라는 곳 자체..
저는 실크로드에 대한 관심의 일환으로 중국과 인도의 석굴 사원에 흥미가 있는 사람입니다. 그 때문에 올해 2월 뭄바이를 비롯한 인도 마하라슈트라 여행을 짧게 다녀오면서 최대한 많은 석굴을 보려고 했습니다. 이번에 미처 다 못 본 것이 있기 때문에 또 갈 수도 있어서 후일을 위하여 기록을 남겨 둡니다. 혹시 같은 곳을 방문하게 될 분들이 있다면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왜냐면 가기 전에 정보가 없어서 좀 막막했거든요. 물론 일단 가서 발부터 떼면 다 답이 나오긴 합니다만 ㅋㅋ 어쨌든 결론은 1주일새 석굴만 9개를 가는 파워 관광을 했었는데 좀 물렸습니다. 만약 석굴의 정수만을 고르고 골라야 한다면 정석대로 아우랑가바드에 가서 1. 아잔타 2. 엘로라 보시기를 가장 추천드립니다. 뭄바이에선 다른 할 것이 매..
2014년 여름에 모스크바의 니콜라이 고골 박물관에서 알게 된 러시아 친구가 있다. 말이 친구지 나보다 십수 년 연장자다. 그해 겨울에도 모스크바에 또 가는 바람에 이제까지 두 번을 만났다. 이 분은 인도학을 전공한 분으로, 저번 겨울에 콜카타에 갔을 때 아시아틱 소사이어티에서 이 분의 박사논문이 출판되어 있는 것도 보았다. 근데 인도 철학에 대한 내용으로 내가 전혀 읽을 수가 없을 것 같아서 사지는 못했다 ㅋㅋㅋㅋㅋ 이 분은 현재 오로빌리언이다. 그리고 예전부터 한국의 약간 마이너한 예술 영화를 은근히 즐겨 보셨던 것 같다. 옛날에 취화선을 정말 감명깊게 봤었는데 오로빌의 영화 동아리에서 상영할 예정이라고 하셨다. 상영회를 앞두고 내게 특별히 부탁을 하셨다. 취화선을 한번 보고 영화, 배우, 감독에 대..
ChatGPT 정말 상당히 놀랍다. 웹검색을 해도 되지만 그러면 검색자가 정보를 선별하고 재조합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걸 ChatGPT가 웹크롤링으로 대신해주는 것 같은데, 뭔가의 요점 정도를 간단히 알고 싶을 때 ChatGPT가 상당히 유용한 것 같다. 물론 애초에 질문을 잘해야 한다. 또 얘는 AI이기 때문에 답변을 잘 읽어보고 이게 제대로 된 것인지 스스로 판단해서 끝까지 물고 늘어질 능력과 의지가 있어야 한다. 디테일 오류 발견. 엘레판타 동굴은 라자스탄 주가 아니라, 뭄바이에서 배타고 들어가는 섬에 있음. 여기서 약침 어쩌고 하는 부분은 틀렸다. 약침 is not arthralgia. Arthralgia means 관절통. 약침은 병명이 아님. 마지막 세 질문은 단순 사실을 요약하면 끝나는 문..
내가 인도 네 번 갈 동안 배탈이 안 나본 특이체질이고, 딴 여행지가 아니라 인도를 가야 하는 동기와 의지도 확실하고, 갈때마다 예상에도 없었던 재밌는 일도 많았으며 운좋아서 좋은 사람만 만나다 보니 재밌게 놀러다닌 즐거운 얘기만 썼다. 인도 열받는 점을 처음 한번 써본다. 이건 어떤 여행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언제나 공통 사항이었으나 그동안 리워드가 더 컸기 때문에 감수해온 사항이었다. 인도여행 개 열받는 점 1. 길 건너다 죽을 수 있음 교통신호가 거의 아무 의미가 없다. 분명 초록불에 길을 건너는데도 버스나 오토바이나 자전거나 할 것 없이 내 배꼽을 향해 정면으로 달려든다. 또 자동차끼리 경적으로 쉴새없이 의사소통한다. 경적이 시도때도 없이 미친 듯이 울려서 시끄러워서 못살겠다. 하여튼 진짜 길 건..
미국은 올 때마다 충격적이다. 동네에 여유와 부유함이 흘러넘치는 게 가히 충격적인 수준이다. 이때까지 가본 어떤 부자 나라에서도 이런 느낌은 받지 못했다. 이 광활한 공간에 인간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이 근본적인 사치스러움이 충격적이다. 한국이 아무리 더 부유해져도 서울에서 이런 호사는 영원히 누릴 수 없다. 이곳 천문대에 가보면 시내에 높은 빌딩이 거의 보이지 않고 2층짜리 낮은 건물이 끝도 없이 펼쳐진다. 아시아 도시들과 근본적으로 다르게 생긴 스카이라인이다. 도시의 설계부터가 다르다. 여기는 아예 한국과는 헷갈릴 수가 없는 철저한 외국이고 별세계이다. 넓고 인구밀도가 낮은 곳을 무조건 좋아하긴 하지만 교외 아울렛은 꼴보기 싫다. 진짜 공간이 너무 커 ㅋㅋㅋ 살 것도 없는데 따라가면 너무 오래 기다..
올해는 한번에 한 가지씩 집중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 목표이다. 그러기 위해서 내 시간과 집중력을 빼앗아 가는 것들을 적극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이번에 알게 된 인도 친구가 추천해준 명상을 짬짬이 하다 보니 짧은 찰나에 쓸데없는 생각이 얼마나 파도처럼 밀려오는지 제 3자 관점에서 깨닫게 되었다. 또 여행 전에 회사 메신저를 로그아웃하고(5년만에 처음) 다시 접속하지 않았는데 놀랍게도 아무런 일도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나는 기존에 명상, 신비주의, 스피리추얼 뭐 이런 것에는 관심이 없고 히피들이 약기운에 멋부리는 것인 줄 알았다. 심지어 명상이 뭔지조차 몰랐다. 그냥 숨만 쉬는 것, 현재 상태에 단순하게 집중하는 것이더만. 그런 건 간절히 바랐었다. 난 멀티태스킹을 믿지 않는다. 한 순간에 하나씩만 하고 ..
인도 석굴 사원 하면 마하라슈트라 주에 있는 엘로라, 아잔타 두 개만 알았고 거긴 오랫동안 꼭 가보고 싶었다. 그거 말고는 마하라슈트라에선 별로 궁금한 것 없으니 게으르게 다닐 작정으로 1주일 휴가를 잡았다. 근데 지도를 들여다보니까 이 주에는 석굴 사원이 정말 많았다. 애초에 내가 하필 중국 인도를 다니고 프랑스를 가서도 루브르며 샹젤리제며 에펠탑이며 죄다 노관심이고 기메 박물관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이유가 실크로드를 재밌어 하기 때문인데, 그 가장 최초의 계기가 중국에서 본 석굴 사원들이다. 내가 베이징에 있었을 당시 주재원으로 계셨던 외삼촌 가족이 운강 석굴에 한번 가보라고 추천해 주셨었다. 사진을 찾아보니까 상당히 구미가 당겨서 수업을 이틀 제끼고 주말을 붙여서 다통-핑야오를 갔다왔고 그 ..
시킴 왕조는 1642년에 건국되었다. 춤비 계곡을 통해 동부 티베트에서 시킴으로 이주해온 부티아인의 왕국이다. 시킴 땅에 원래 살던 원주민은 렙차인이며 1641년까지 이 지역을 지배했지만 당시의 문헌 기록은 없고 구전으로만 전한다. 1642년도의 건국 역시 설화처럼 남아 있는데 이번 여행에서 그 전설의 고향에 다녀왔다. 펠링에서부터 일일 투어 택시를 수배해서 육솜으로 이동하면 코스를 돌고 올 수 있다. 강톡에서 펠링으로 가는 셰어 택시를 아침 일찍 탄 날 옆자리에 다운증후군 남자아이가 있었다. 정말 천사처럼 활짝 웃으면서 내 팔을 잡고 차에 타도록 도와줬다. 난 즉시 무장해제가 되었다. 덕분에 동행한 보호자와도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또래여서 바로 친구가 되었다. 이 친구는 셰르파였는데 역시나 내가 셰르..
J. Ware Edgar의 탐사보고서 Sikhim and the Thibetan Frontier를 끝내고 시킴에 대한 두 번째 책으로 넘어갔다. 1960년대에 시킴과 부탄에 주재했던 인도 외교관 Preet Mohan Singh Malik이 쓴 Sikkim - A History of Intrigue and Alliance인데 이것부터 읽을걸 그랬다. 첫 책은 1800년대에 쓰인 탐사보고서인데 얇지만 지명이나 인명, 당시의 직책명 같은 것들이 너무 낯설고 표기도 현대와 달랐다. 지도를 많이 들여다보고 옛 지명을 현재 지명과 대조해야 했다. 지금 책은 더 넓은 시공간적 범위를 포괄해서 다루기 때문에 첫 번째 책이 그 중 어떤 시공간을 배경으로 쓰였는지 뒤늦게 이해되는 동시에 내가 이해를 못해서 놓친 디테일이 ..